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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플스틸츠킨[펌]

w우주z 2013. 1. 31. 15:04

그림 동화에는 럼플스틸츠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방앗간 주인은 딸을 왕에게 시집보내기 위해서, 딸이 짚단으로 물레를 돌려서 금실을 만들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왕은 이를 시험하죠. 탑에 갖힌 딸에게 럼플스틸츠킨이 찾아갑니다. 럼플스틸츠킨은 딸의 목걸이를 받고 금실을 짜 줍니다.

이튿날, 다시 왕은 더 많은 금실을 짜내라고 요구합니다. 다시 나타난 럼플스틸츠킨은 반지를 받고 금실을 한가득 짜 줍니다.

마지막 날, 다시 왕은 더 많은 금실을 짜내라고 합니다. 다시 나타난 럼플스틸츠킨은 "왕과 결혼해서 낳을 첫 아기"를 요구합니다. 방앗간 딸은 고민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러기로 했지요. 왕과 결혼하면 많은 재물이 생기니 그걸로 때우겠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을 겁니다.

왕과 결혼한 방앗간 딸은 왕과 사랑에 빠졌고, 사랑에 빠진 왕은 이 거짓말들을 용서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첫 아기가 태어났고, 럼플스틸츠킨이 찾아왔습니다. 아기를 달라고 하는 럼플스틸츠킨에게 재물을 주겠다고 했지만 럼플스틸츠킨은 이를 비웃었습니다. 애초에 아기가 목적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방앗간 딸은 럼플스틸츠킨에게 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럼플스틸츠킨이 아주 뜬금없이(!) 자기 이름을 맞추면 아기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왕의 명령으로 럼플스틸츠킨의 이름을 알아내러 간 기사는 럼플스틸츠킨 주변을 맴돌다가 그가 우연히 스스로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듣게 되지요. 그리하여 럼플스틸츠킨은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너무 화가 난 럼플스틸츠킨은 스스로 반쪽으로 쪼개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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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플스틸츠킨의 동화는 형태를 바꿔서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발견됩니다. 처음에는 작은 댓가로 도움을 주고, 그러다가 댓가는 점점 커져서 목숨이나 아이와 같은 것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결국 이름을 알아내서 퇴치하죠. 이 스토리는 Aarne-Thompson type 500중에서 "The Name of the Helper"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어슐러 르귄은 대표작 중 하나인 "Tales of earthsea"에서 이 원형을 다시 차용합니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힘을 의미합니다. 이름이 없는 존재는 퇴치될 수 없고, 어떤 존재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이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름이 불리는 순간 정체가 탄로나고, 더 이상 익명성이 가져다주는 힘을 휘두를 수 없게 되지요.

진화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능력을 주었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아마 죄의식일 것입니다. 문제는 죄를 짓는 행위가 죄의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죄의식이 발동하여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죄를 저질러서 잡히는 것이나 혹은 잡힐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규범을 깬 것에 대해서 질책을 받는 순간에, 혹은 그것을 들킬 것 같은 상황에서 흥분상태가 되면서 죄의식을 느끼게 되죠. 이 죄의식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다시 그런 행위를 반복하지 않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나 완전한 익명성의 세상에서 잡힐 일은 없고, 따라서 죄의식은 마비됩니다.[펌]  - [아라]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