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창동
시 수업 내용
1: 보다
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생각한다
3: 아네스의노래
‘시’라는 제목처럼 시 수업의 강연과, 주인공의 인생, 그리고 영화의 짜임은 닮았다.
1. 보다
본다는 것은 의미를 가지고 색도보고, 냄새도, 맛도, 그림자도 본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손자의 ‘잘못’이 처음으로 등장하며, 할머니는 자신의 삶과 손자의 잘못을 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손자의 잘못을 본다기보단 자신을 위협하는 외부의 거대한 힘을 보게 된 것 같다.
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
그녀에게는 어릴 적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언니의 따뜻한 관심과,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을 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손자의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가는 것. 물질적 형편의 어려움과 손자의 과오를 책임지는 버거운 상황에서도 ‘시’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잊어버렸는지 아름다운 순간들을 찾기 위함인지, 담담하게 하지만 격렬하게 삶을 살아간다.
3. 아네스의 노래
아네스는 순결을 지킨 순교자의 이름이며 주인공이 완성한 시의 제목이다.
한 여자의 일생에서 마저 다 피지 못하고 져버린 피해자 소녀의 삶과 노년에 여자 보다는 ‘할머니’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의 삶이 교차된다. 그들의 삶에서 외부의 폭력이나 강압에 의해서 위협받고, 그 위협에 대한 거부의 표현을 ‘투신’으로 표현한다.
- 그리고
어떤 작품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목만 듣고 매우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을 했다. 한국적 정서를 담은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불편했다. 뜬 구름 잡는듯한 감정부터 남자로서 공감하기 어려운 여성의 시각, 내켜 하지 않는 한국적 정서,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은 ‘시’라는 소재.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불편했던 이유는 ‘상대적인 강자’로서 살아가는 입장에서 외면하고 싶은 약자들에 대한 위협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위협의 대상은 ‘여성성’인 것 같기도 하다. 사회 기득세력인 ‘남성’으로 태어나서 ‘남성성’을 위협받는 일은 흔하지 않다. 주인공의 경우, 과정에 험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은 표면적인 문제는 해결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이해도, 공감도 매우 어려웠다. 그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결론은 주인공 그녀가 ‘여성’으로 남아있고 싶어하는 소망과 현실의 괴리에서 괴로워했고 그 부분이 내가 예측 하지 못하는 순간에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리뷰를 쓰는 과정 중에도 내가 받았던 감정에 대한 파악조차 되지 않음에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꼈다.
그만큼 이 영화는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두렵고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