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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생각할거리

중앙대의 파격 실험, 학과제 폐지하고 단과제로

by w우주z 2015. 3. 2.

2015년 3월 1일

중앙대가 파격적인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내년부터 12개 단과대 단위로 신입생 모집을 하는 것인데요. 컴퓨터공학과 40명, 영문과 50명 등의 학과별 모집정원은 사라지고, 사회과학대 400명, 공과대 500명 등 ‘통’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질 단과대는 총 12개입니다. 

교육 과정도 특이합니다. 

▶ 1학년 : 인문학·소프트웨어 교육 중심의 교양(리버럴 아츠·liberal arts) 교육
▶ 2학년 1학기 : 단과대별 공통 전공 기초과정 교육
▶ 2학년 2학기 : 주전공 과정 교육

지난 26일, 학과 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한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개편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업은 공과계열 분야 전공자를 많이 요구하고 있으나 대학 구조는 인문사회 계열과 자연과학·공학 계열이 반반이다. 이 같은 ‘미스매치(mismatch·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학과 체제를 개편키로 했다.”

 이용구 중앙대 총장


위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인문 사회 계열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니 공급 조절을 하겠노라”는 말로 들립니다. 아무래도 취업하기가 험난한 요즘, 취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상경·공과 계열로 인원이 쏠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한 전공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그 전공은 어떻게 되느냐고요? 전공 정원이 줄어들게 되며, 정원이 줄어드는 만큼 전공 교수 자리도 즐어들게 됩니다. 전공 교수들은 교양과정 교수로 자리를 옮기거나, 새로운 전공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 측은 전공별 정원을 과거 3년간 해당 전공을 선택한 인원의 12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특정 전공에 인원이 쏠려 정원을 넘어서게 되면 성적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합니다. 때문에 한 번에 한 전공으로 인원이 쏠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인기 있는 전공의 정원은 서서히 늘고, 인기 없는 전공(어딘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의 정원은 서서히 줄어들 뿐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중앙대는 내년부터 추진하는 단과대 단위 모집이 정착되면 2021학년도부터 모집 단위를 인문사회, 자연공학, 예술체육, 사범, 의·약학·간호 등의 5대 계열로 넓힐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앙대 교수회의 측은 400여 명의 교수 가운데 87.4%가 이번 개편안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대학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전·현직 회장 6명으로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됐습니다. 

“밀실에서 소수가 결정한 안으로 교수사회를 우롱하며 대한민국 고등교육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비대위원장,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과 교수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