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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예의 당당한 결혼 발표, 박진영의 인품이 증명된 순간

by w우주z 2013. 4. 26.

선예의 당당한 결혼 발표, 박진영의 인품이 증명된 순간

지오디는 7집 앨범 '하늘 속으로'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종료했지만 제게 있어 지오디의 진짜 마지막 앨범은 그들의 4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타이틀 '길'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마치 아프리카의 초원이 떠오르는 듯한 웅장한 멜로디와 고즈넉한 분위기의 이 노래는 기존의 지오디 타이틀과는 다른 몽환적인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었습니다.무엇보다 독특했던 것은 사랑 타령이나 당시 아이돌이라면 꼭 한번은 부르고 봤던 사회비판의 무거운 메시지도 아닌 아이돌에게 어울리지 않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은유로 풀어낸 독특한 노랫말이었죠.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그리고 알 수 없지만을 세 번이나 반복하는 이 묘하고 몽롱한 노래를 당시 어렸던 저는 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그저 멜로디가 친숙하고 무언가 그리운 느낌을 주는 기묘한 곡이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죠. 하지만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이 노래의 가사를 만든 사람이 다름 아닌 지오디의 프로듀서 박진영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망치로 무언가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이 오더군요. 어떻게 자신이 키운 아이돌에게 이런 가사의 노래를 전해줄 수가 있었을까요?

▲ 원더걸스의 선예ⓒ연합뉴스 11월 27일 JYP엔터테인먼트는 원더걸스의 리더 선예의 결혼을 공식 발표했습니다.이 소식을 전해들은 대중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물론 선예가 지난해 강심장에서 원더걸스의 연애 금지령이 풀렸고 지금 목하 열애 중이라고 당당히 밝혔던 미소를 기억하는 대중이었지만, 그것이 설마 결혼이라는 중대사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충격이었으니까요.

현역으로 활동 중인 걸그룹의 멤버가 공식적으로 결혼을 발표하는 일은 원더걸스 선예의 케이스가 처음이라고 합니다.촌스럽달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대중에겐 컬쳐쇼크에 가까운 감상이 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제게 있어 진짜 놀라웠던 사실은 선예의 결혼보다도 그 결혼을 발표할 수 있는 선예의 당당함이었습니다.지난해 공개 연애를 선언하고 지금 결혼에 이르기까지 선예는 그 어떤 외압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연애를 선언하고 결혼을 발표했습니다.그것도 몹시 당당하게요. 이것은 기존 아이돌이 팬들의 추측과 추문에 휩싸여도 입을 다물거나 파파라치로 열애가 공개되어 어쩔 수 없이 공개 연애를 '인정'하는 케이스와는 차별화를 두는 행동입니다.이런 선예의 당당함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녀를 지지해주는 프로듀서 박진영의 허락된 자유가 존재했기 때문이겠죠.

저는 선예의 당당함에서 박진영의 인품을 봅니다.선예는 JYP의 공식 발표가 있기 5분 전, 미리 팬카페를 통하여 팬들에게 먼저 결혼 소식을 알렸습니다.'너무 빠르다'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저의 결정을 믿고 축복해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적어도 여러분께는 제가 먼저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적어도 여러분께는 제가 먼저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라는 선예의 의지를 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JYP의 허락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가족이라 말하지만 사실상 아이돌은 소속사의 상품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열애를 향한 추측이 해당 연예인의 상품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을 이번 연도에도 몇 번이나 우리는 목격했었죠.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 여성의 순결에 대한 판타지가 있어 그 가치가 극대화되는 여자 연예인의 열애와 결혼은 극단적으로 터부시하는 습성이 남아 있습니다.그것은 소녀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걸그룹일 경우 더욱 극대화되죠. 그럼에도 선예는 활동 도중 자신의 의지로 열애를 공개하고 결혼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팬들에게 먼저 공개하고 싶었다는 그녀의 예쁜 마음이 허락될 수 있었던 것 또한 박진영의 열린 마음이 있지 않고서야 불가능했던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원더걸스의 리더 선예는 박진영의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였다고 합니다.원더걸스라는 그룹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박진영의 선예를 향한 믿음과 신뢰 때문이었다고 하니까요. 선예를 믿고 만들었다던 원더걸스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 도달하기 위해 힘든 일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박진영의 영재 육성 발굴 프로젝트에 발탁되어 초등학교 때부터 그와의 인연을 맺어왔던 선예는 혹독한 연습생의 시기를 거쳐야만 했습니다.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고 사춘기가 찾아왔죠. 그나마 노래에 붙잡고 있었던 희망 또한 교내 가요제에서 겪은 혹독한 시련으로 무너지고야 말았습니다.정체성에 심한 혼란을 느낀 선예는 급기야 약을 먹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기까지 했었다는군요.

힘든 시기 그의 곁에서 포기하지 않고 성장해서 원더걸스라는 큰 과제를 이끌고 걸그룹 최정상의 위치에 올라섰습니다.이제 조금 편해지나 했더니 성과가 뚜렷하게 보이지도 않는 미국 활동으로 또 한 번 힘든 시기를 겪어야만 했습니다.겨우 최정상으로 올라섰는데 바닥으로 떨어져 처음부터 다시 모든 것을 시작해야 했을 원더걸스의 심정이야 말해 무엇하겠느냐마는 그 중 리더 선예의 상처는 아마 그 이상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박진영ⓒ연합뉴스 박진영 또한 아픔으로 단련된 선예의 외로움과 상처를 잊지 않았을 것입니다.그리고 미안함과 고마움도요. 지난해 선예는 강심장을 통해 박진영의 적극적인 연애 코치 일화를 털어놓았죠. 그녀가 연애를 시작하려 하는 것을 막아서기는커녕 오히려 "인기 때문에 연애를 망설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적극적인 지지를 해주었다는 JYP의 위로는 결국 선예를 향한 믿음에서 비롯된 소속사 사장과 소속 아이돌의 보기 드문 신뢰였다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타로 사는 삶은 분명 무한한 것이 아닐 겁니다.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돌의 생명력이란 촛농이 떨어지는 촛대와도 같죠. 길어야 5년 남짓한 짧은 기간을 위해 아이돌은 일반인이 겪는 갈등과 행복을 모르쇠하며 살아가는 것이 숙명처럼 여겨졌었습니다.무대 위의 반짝임을 위해 소박한 삶의 행복 따윈 내려놓는 것이 당연한 이치처럼 느껴졌던 것이죠. 하지만 길지 않은 아이돌의 막이 내리고 나면 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들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허락받은 적이 없었으니까요. 선택의 경험이 적었던, 길 위에 놓인 아이돌에게 갈림길이란 위태로운 낭떠러지나 다름없을 테지요. 그래서 수없이 되뇌게 됩니다.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 끝엔 과연 무엇이 있는 것인지.

“결혼은 개인의 지극한 사생활이다.그걸 존중해주는 것이다.소속사의 이득을 떠나 한 사람의 인격과 삶을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그게 박진영의 철학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궤도를 이탈하며 살아왔던 아이돌이 어느덧 막을 내리기 시작하는 아이돌의 피날레를 지켜보며 낭떠러지 같은 갈림길 위에 서서 어느 곳으로 걸어야 하나 선택을 망설였던 그 마음은 분명 끝을 바라보는 아이돌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을 독특한 감정이겠죠. 심지어 그들을 키워냈던 프로듀서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하지만 박진영은 '길'이라는 노래를 자사의 아이돌에게 헌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그는 지오디의 4집 '길'이 갖고 있었던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박진영 자신도 많이 망설였던 길이겠지요. 그리고 그 의미는 십 년 후 선예의 결혼에서 확인되었습니다.길을 제공해주는 소속사는 차고 넘칩니다.하지만 그 길의 선택권을 쥐어주는 소속사는 그리 흔하지 않지요. 선예의 당당함에서 새삼 잊고 있었던 박진영의 인품을 들여다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