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정치, 모임운영

한국 사이에 두고…美·中 사생결단 시작

by w우주z 2013. 3. 27.

왜 3차 무역大戰인가?
1차대전, WTO 중심 다자주의… 2차대전, 두 나라 간의 FTA
이젠 많은 나라들 함께 손잡고 넓은 지역서 하나의 FTA 체결

왜 TPP로 싸우는가?
美, 아시아·태평양 지역 연결… 중국 뺀 '거대 무역협정' 주도
11개국 참여, 한국도 가입 검토… 미국 통상 야심에 중국은 끙끙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주요 경제권 간의 통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작년 11월 20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중국·일본의 통상장관들은 한·중·일 FTA의 협상 개시를 선언하였다. 같은 날 ASEAN 10개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인도 등 총 16개국을 묶는 광역 통상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상 개시 선언도 뒤따랐다.

동아시아 경제권의 연대 움직임에 자극받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2월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EU 간의 FTA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의 첫 실무 협상을 6월 이전에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이에 질세라 지난 15일 아베 총리가 현재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뉴노멀로 자리 잡는 통상의 거대 블록화

글로벌 통상 체제의 중심축은 다자주의→양자주의→거대 블록화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EU·중국 등 경제 대국을 중심축으로 주변 국가들을 연결해 광역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이는 157개 회원국을 거느린 WTO(세계무역기구) 중심의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인 도하 라운드(DDA)가 2001년 협상을 시작했지만 13년이 지나도 타결을 보지 못한 채 빈사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다자주의 모델의 성사 가능성에 회의를 품은 각 나라들은 두 나라 간 또는 인접 국가끼리 소규모로 FTA를 진행해왔지만, 최근엔 보다 많은 나라와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FTA를 확장하고 있다.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이 같은 광역화 추이에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는 동시다발적 FTA 체결에서 오는 스파게티볼 현상(Spaghetti Bowl·삶은 국수가 그릇에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것) 때문이다. 즉 원산지나 통관 혹은 표준 등에 있어서 FTA별로 상이한 규정과 절차 때문에 교역 비용이 되레 증가하는 현상을 광역 FTA를 활용하여 해소해 보자는 것이다. 둘째는 FTA 회원국을 늘리면 생산 네트워크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축하여 산업 고도화를 추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내 소비시장을 확대시켜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셋째는 국제사회 헤게모니를 둘러싼 외교·안보전략의 일환으로 거대 지역 통합체의 구축을 추진하는 경우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주도권 다툼

세계 경제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EU 간의 TTIP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추락한 위상을 복원하겠다는 미국과 EU의 의지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확대일로에 있는 중국·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정치적 영향력에 제동을 걸고 선진국 중심의 국제무역 질서를 복구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그래픽=김현국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미국과 EU는 위생·검역과 기술 장벽, 비(非)관세 장벽이 심한 화장품·화학·자동차·의료장비·제약 산업 관련 규제의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신흥국들을 견제하겠다는 속내를 갖고 있다. 또 지식재산권, 환경, 노동, 경쟁정책, 국영기업 등에 대한 공통의 무역 규범을 마련함으로써 향후 다자 간 혹은 지역 무역협상에 있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점하겠다는 야심도 숨기지 않는다.

미국과 EU는 2014년 말까지 FTA를 타결한다는 계획이지만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s), 식품 검역, 지식재산권, 환경규제, 문화 다양성, 소비자 주권, 보조금 등 여러 분야에서 서로 입장이 달라 정확한 타결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과 EU는 세계 최대 경제권의 통합된 표준과 무역 규범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각국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비관세 장벽 해소에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샅바싸움

미국은 EU와의 FTA 협상과 동시에 역동적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배제시킨 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TPP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라는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의 발언은 외교적 수사일 뿐이다. TPP는 중국이 가입을 희망해도 안 되는 구도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TPP 협상은 국유 기업의 불공정한 지위나 행위에 대한 규제와 정부 구매, 지식재산권, 노동권 및 환경보호 등 정부 주도 경제인 중국이 아직 감당하기 힘든 내용까지 다루고 있다. 또 TPP 11개국(싱가포르·브루나이·뉴질랜드·칠레·미국·호주·페루·베트남·말레이시아·멕시코·캐나다)은 일본이나 중국의 TPP 가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중국과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 한 나라만 반대해도 가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행보에 중국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은 일단 한·중 FTA로 한국을 미·중 간의 주도권 다툼에서 중립을 지키게 하고, 한·중·일 FTA에 일본을 묶어둠으로써 동북아 지역공동체 논의 과정에 미국을 배제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또 RCEP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공동체의 맹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11월 일본과 함께 한국을 설득하여 한·중·일 FTA 개시 선언을 이끌어냈고, 그 대가로 일본이 제안한 RCEP를 받아들였다. 중국의 남은 근심은 TPP다.

중국 외교부는 "TPP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미 일본이 참여를 선언한 데다 한국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고,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대만과 필리핀에 이어 인도네시아와 태국 또한 조만간 TPP 참여를 공식화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아우르는 미국의 강도 높은 역외 균형전략에 범중화권 결속과 자원 개발에 방점을 두고 전략적인 FTA를 추진해온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TP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의 줄임말. 미국·캐나다·멕시코·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말레이시아·칠레·페루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 간에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을 말한다. 일본이 최근 참여 의사를 밝혔고, 우리나라도 참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당초 2005년 6월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등 4개국 체제로 시작했지만, 2008년 2월 미국이 참여하면서 회원국 수가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