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세 번 태어난다고 한다.
작곡되었을 때, 연주가에 의해서 연주 될 때, 청취자가 그 음악을 들을 때
이 세 번의 탄생은 영화에서 각각 일로나가 세 남자들과 관계를 맺을 때와 관련지어 생각 해 볼수 있을 것 같다.
첫째 : 안드라스가 음악을 작곡해서 처음 공개하던 날. 그리고 그날 세 남자의 관계 사이에 모든 일의 시작이 되던 날. 감성적인 안드라스가 선택 되며, 곡의 탄생을 알리던 날
둘째 : 작곡된 곡이 사람들에게 퍼지기 위해서 어떤 모양으로든 사람들에게 전달 되기 위한 형태를 갖추는 단계. 논리성으로 현실적인 조건을 유리하게 이끌어 레코드 계약을 맺는 자보.
셋째 : 한 남자를 보내고 다른 한 남자마저 끌려가는 상황에서 희망을 붙잡으려 한스를 찾아가는 일로나, 그런 다급한 상황에서 관계를 요구하는 그를 보면서, 그녀는 곡에 담긴 진짜 메시지를 깨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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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에서 던져주는 물음으로 영화는 시작했다.
“과연 죽은 남자는 누구인가”
레스토랑 지배인인 ‘자보’
음악가인 ‘안드라스’
사진가 혹은 군인인 ‘한스’
초반에는 자보와 안드라스 그리고 일로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듯 했다.
“그녀를 전부 잃느니 일부만이라도 가지겠다.” 라는 자보의 대사로 시작된 세 남녀의 관계.
위태롭지만, 나름의 균형을 찾아가며 행복한 생활을 할 때는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과정이 마치 세 가지 재료가 어우러진 비프롤의 조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일로나는 영화에서 아주 많이 나오지만, 그녀는 오히려 관찰자의느낌이 들었다.
한스를 제외한 세 남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지만
내가 보기엔 오히려 자보, 안드라스 그리고 한스의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 같았다.
감성을 대변하는 안드라스. 글루미 선데이의 메시지를 찾아 헤매다가 일로나가 곡에 붙인 가사를 듣고 목숨을 끊는다. 첫 일로나와 관계를 맺는 장면에서도 키스를 하다가 잠시 거부를 하고, 다시 쫓아가기도 하고, 곡이 유명해지지만, 사람들이 노래에 끌려 극단적 선택을 할 때 휩쓸려 목숨을 가벼히 여기기도 하면서, 확 불타오르며 매력적이나, 감정의 굴곡이 심한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성을 대변하는 자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경영자적 마인드와, 사랑하는 여자를 안드라스에게 빼앗기는 일을 겪으면서도, 한스를 구할 정신이 남아있었으며, 다음날 그녀를 다 잃느니 일부라도 가지겠다며 냉철함을 보여주는 자보. 레코딩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끈 능력 뿐만 아니라, 안드라스나 일로나, 한스의 삶을 이어가게 만들어 주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역할이다.
욕망으로 대변되는 한스는, 일로나만 바라봤으며, 거절 당하면서도, 그녀를 집요하게 노린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녀의 행복이 아니라, 몸을 의미 하는 것 같다. 독일로 돌아가서 큰 회사를 차린다는 약속도, 그녀와 관계를 맺은 다음에서야 지키는 것은, 그에게 그녀의 ‘육체’가 중요했던 것 같다. 또한, 생명의 은인인 자보를 외면하며, 자신만을 생각하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죽은 남자는 누구인가.
영화가 끝날 때가 되어서야 그 답을 알게 된다.
부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던 한스. 그를 징벌하면서 통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그가 가장 오래 살아 남았다는 것이 우리 삶의 모순을 상징하는듯하다. 하지만 내 의문과 아쉬움은 여기서 시작된다.
특별 사면서를 받으러 갔을 때 상관은 식당에서 자보를 위협했던 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한스가 그 자리에서 자보를 구하겠다고 말했으면, 자신이 위험해지는 상황을 겪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일로나가 살아있다는 것과, 한스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다 보여주면서 끝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한스가 죄책감에 심장 마비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열어 두었다면, 평면적인 인간보다는 입체적인 모습으로, 고뇌하는 인간상을 그려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명작은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던가. 세계 2차 대전시기의 위태로운 유럽의 상황에 의해서, 나치가 활동 하던 시대. 개인이 먼저였는지, 사회에 의해 타락했는지를 알 수 없게 하는 한스.. 전쟁과 죽음의 시대를 살며 그 정서를 담아낸 안드라스. 그 어려운 시기에서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전담하는 자보. 두 남자를 잃고도 ‘오늘은 오늘일 내일은 내일일’ 이라며 꿋꿋이 살아가는 일로나. 이들의 삶이 글루미 선데이로 연주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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